양준호(미술사 박사)

신선함를 이끌어낸 책과사과 조각

전소영의 작품에는 현대 소비사회의 감흥인 ‘과정’의 신선함이 있다. 현시대에 소비자인 익명의 다수 생각을 겨냥한 신선한 예술 형식도 포함한다. 쇼핑을 위한 광고 등 소비 사회에서 생산된 욕망을 그 신선함으로 대상화한다.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디스플레이용 책과 사과 모형처럼 제작된 형태에서 현대적인 시적 감성과 간결한 알레고리가 있다. 그 알레고리는 소비사회에서의 삶 가치에 대한 지배적 모델로 팝아트가 흔히 다루는 상투적인 소재처럼 천연덕스럽다. 원론적인 면에서 작가의 작업은 책과사과 이상의 것을 소비하는 꿈을 이끌어 낸다. 욕망의 다른 모습인 책과사과의 시각적인 이미지 신선도는 어디에서 오는가도 보여준다. 책과사과가 상품이긴 하지만, 책과사과의 형태나 작품 내면에 숨겨진 욕망과 관련해서 적절한 의문을 재치(才致)있게 제기한다. 재치가 작품에 활달함으로 나타나서 모더니즘이 지닌 형식적이고 엄격한 예술 기능에서 벋어나 있다. 상품 이미지에 대한 숭배 현상을 탐구하고, 상품의 존재가 이미지에 의해서 어떻게 소비되며 더 나아가서 상실이 성립될 수 있는지도 보여준다. 보이는 문제에 관한 이미지 재생산을 통해서 ‘불멸성’을 획득하는 과정을 추적한다 하겠다. 소비상품이 가진 표현과 형식 내용을 예술로 바꿈으로써 뭔가 낯설고 의미심장한 모습으로 작가는 제시한다.

욕망은 내 것이 아닌 기대를 이루는 길.

금속성 질감과 색채가 기지(奇智)를 발휘하여 상품의 소비욕망이 띤 의미심장함을 바꾸어서 익살스럽게 혹은 강렬한 모습으로 개인 신화에 작용한다. 책과사과 형태를 확대하여 책과사과에 대한 기대를 뒤틀어 버리거나, 기대를 다른 위치에서 바꾸어 보게 한다. 더욱 큰 것에 대한 기대가, 그 크기에 대한 부러움을 담은 우아한 대형 사과이다. 그런 탈바꿈된 변형은, 오브제를 대하는데 사물이 ‘더 커져서 의미가 있다.’라는 치수의 크기 변화에 대한 진지함이 숨겨져 있다.

작가의 진지한 작품은 사람들의 기묘한 흥분을 자아내는데 책과 사과를 오브제인지, 추상 작품인지, 새롭지 못한 방식으로 단순히 재현한 것인지, 아니면 지극히 감정적인 표현인지를 파악하기가 쉽지가 않다. 작가가 무엇이라 꼭 정의 내리기 어려운 것을 즐기려는 의도도 있다 하겠다.

날카로울 만큼의 강한 색감과 선명하게 단절된 대비는 사과를 필수 요소만 추출하고 생생하고 젊은 에너지와 더 자극적인 이미지를 이루는 세계이다. 심사숙고해서 발견하는 삶의 깊은 신비보다 더 흥미로운 소재로 의식적으로 뭔가 다르며, 욕망까지 포함하면서 부풀려 확대한다. 이중적인 가치와 성적인 매력을 대신하여 실제의 크기나 모양을 자극적인 시각으로 기대를 표현한다.

아름다움의 기준을 만드는 사과.

전소영의 사과는 현대적인 소비상품의 자극성과 밀접한 관계를 나타내며, 매우 정교한 기술로 제작된 만큼 답하기 곤란한 질문을 던진다. ‘아름다움을 어떻게 정의 내릴까?’라는 질문이다. 질투의 여신이 놓고 간 ‘가장 아름다운 여신(女神)을 위한 사과’는 인간 파리스에게서 아름다운 사랑을 조건으로 내건 아프로디테의 손에 전해진다. 아름다움의 신화적인 접근은 인간에게는 지혜도 아니고 권력도 아니며 사랑이라는 해석이다. 신화 속에서는 이 선택이 트로이 전쟁을 일으키는 계기가 된다. 아름다움을 선택하는 과정은 버전(version)을 달리하여 미술사에 많이 등장한다. 그리고 인간의 시각을 바꾸어 놓은 세잔의 사과도 있다. 또한, 전소영은 상품소비사회 언저리에서 사과를 선택한다.

그 선택은 자기만족을 위한 표현만도 아니고, 인간이 사랑을 선택하는 과정의 사과도 아니다. 하지만, 그 사과는 신화나 제의(祭儀)처럼 표현되어 억압된 야생적 사고를 일깨우는 꿈을 이미지로 바꾸어 놓은 사과이다. 그 이미지의 익살스러움(parody)은 의도적으로 보는 이들의 시각을 자극해서 사물의 문화적, 사회적 가치를 사람들에게 세뇌시키는지를 생각해보게끔 하고, 더 나아가서 작품들을 규정하는 ‘예술’의 정의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 말 것을 요구하여, 예술을 대면하는 생각을 여기에서 더 깊이, 더 멀리 나아가게 한다.

전소영의 책과사과가 가볍게 감상할 수는 있지만, 근원적인 풍부한 상상력이며 현대 사회에 또 다른 아름다움을 보는 새로운 기준이 되어 의미 있게 오래 기억되기를 기대한다.